어떤 영화에 이런 말이 나온다.

'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.'

맛있는 초콜릿만 먼저 먹고 나면

나중엔 맛없는 것만 남게 된다는 이야기.

그 외에도

고진감래, 흥진비래, 전화위복, 새옹지마,

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다,

어쨌든 다 비슷비슷한 이야기들.

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뭐 그런 의미일 텐데

나는 항상 이 말들에 의문이 들곤 했다.

정말? 정말 고생 끝에 낙이 올까?

그냥 힘든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지어낸 말들은 아니고?

어떤 만화에 이 말들을 맹신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.

그는 불행한 일을 겪을 때마다 기뻐한다.

'이건 곧 내게 행운이 찾아올 거란 의미!'

불행이 찾아올 때마다

그 불행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더 크게 기뻐한다.

심지어 불행한 일들을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한다.

바보 같은 그 모습에 독자들은 피식피식 웃게 되고.

언젠가 한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.

"도대체 나중에 얼마나 행복해지려고 나는 지금 이렇게 힘든 걸까?"

어깨가 축 늘어진 그 친구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.

뻔한 위로의 말들은 참 많았다.

고생 끝에 낙이 온다잖아,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잖아.

아픈 만큼 성숙해진다잖아, 곧 좋은 일이 있을 거야.

지금의 시련이 언젠가 네 인생에도 도움이 될 거야.

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을 순 없었다.

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,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.

그 말을들을 극구 부정하고 싶은 건 아닌데

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.

더 좋은 날까진 바라지도 않으니까

더 이상 상황이 나빠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.

아픈 만큼 성숙해지지 않아도 좋으니까 아픈 일, 힘든 일 따윈

가능한 겪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단 생각.

그저 나의 무력함이 슬펐다.

내가 사랑하는 내가 아끼는 누군가의 축 처진 어깨를 바라보며 뻔한 위로의 말밖에 던질 수 없다는 것은, 참 슬픈 일이니까.